
정치와 종교가 유착관계를 맺는 이유는 정치적 또는 종교적인 이득을 목적으로 하는 상부상조 전략이 배경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유는 간단하다. (아주 예외적으로) 상대를 공격한 적이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매우 우호적이라는 사실에 기초한다. 상대의 심기를 건드리면 둘 다 손해보는 일이 기다리고 있다는 암시가 늘 깔려있는 건 아닌지 의심이 들 만하다.
우리나라 헌법 제20조 제2항은 “국교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고 한다. 그렇다. 적어도 외형적으로는 분리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분리되어 있지만 각자의 이득을 위해 긴밀한 관계로서 부당하게, 나아가 불법적으로 지원하거나 권위를 형성하는 데 도움을 준다면 이는 정치 후진성과 함께 정교 유착의 문제로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궁금한 것이 있다. 특히 선거철이면 왜 정치인들은 지역의 대형 사찰 등 종교단체를 찾는지. 지역주민과 소통이 먼저일 것 같은데 종교지도자를 만나 인사를 나누는 장면은 예외없이 언론에 노출이 된다. 그 만남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시급성과 만남으로 인한 부작용이 문제인 것이다. 왜 그럴까.
최근 정교 유착과 관련한 사회적 이슈가 있다. 일부 종교지도자와 정치인과의 만남이 만남을 넘어 권력을 행사하고, 권력으로부터 혜택을 받으려는 시도들이 보도되고 있는 현실은 이를 지켜보는 국민의 입장에서는 불편하기 그지없다.
이는 헌법정신을 무시하는 것이다. 정교분리를 헌법 조항에 명기한 이유는 이 두 집단이 유착하면 민주주의의 공정성과 사회적 신뢰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국민 여론을 왜곡하는 등 많은 부작용이 있기 때문이다.
특정한 시기에 종교지도자를 방문하여 얼굴 알리기에 앞서 정치인은 민생 현장의 국민 속으로 파고드는 선량으로서 모습을 먼저 보여주어야 하는 것이 책무가 아닐까. 그럼에도 이 둘은 열쇠와 자물쇠, 악어와 악어새처럼 떼려야 뗄 수가 없는 관계를 지속적으로 가지는 것은 서로의 이득을 위해서가 아니라면 달리 납득하기 어렵다.
정치인은 사회 통합과 국민의 생활을 안정시키고, 종교지도자는 정신적 치유와 사회적 책임자로서 역할을 충실히 하는 것이 기본적인 일이다. 역할의 공유 부분은 있겠지만 보완의 경계를 넘어 부정적인 유착관계를 맺는 것은 부작용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정치의 왜곡이나 종교의 타락과 함께 부패 가능성을 안고 있는 정교유착은 정치 후진성을 드러내는 지표가 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매우 우려스러운 문제로서 각자의 역할에 최선을 다해 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