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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미국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관전기
  • 김훈
  • 등록 2025-11-05 10:0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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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이 남을 명승부, 챔피언은 LA 다저스


올해 미국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WS)는 LA 다저스의 백투백 챔피언으로 막을 내렸다. 백투백 챔피언은 역대 9번째이자 25년 만이다. 2025년 11월 1일 캐나다 토론토 로저스센터에서 벌어진 토론토와 전적 3-3에서 맞선 7차전(2020년 이후 처음)은 그야말로 명승부였다. 다저스 선발 오타니가 3회 말에 3점 홈런을 맞고 9회까지 3:4으로 끌려가던 다저스는 9회 초에 터진 로하스의 동점 홈런(WS 9회 동점 홈런은 최초)으로 기사회생 한다. 이건 기적이다. 밑져야 본전인 토론토의 9회 말은 트로피가 보이는 듯했다. 찬스를 잡은 토론토 타선을 잠재우는 길은 야마모토 뿐. 6차전 선발로 하루를 쉰 월드시리즈 MVP 야마모토(일본인으로 마쓰이 히데키에 이은 역대 두 번째)가 등판했으나 고전하다가 외야수의 환상적인 수비로 위기를 넘긴다. 토론토의 불운의 징조가 고개를 내미는 순간이다.

연장전에 들어간 양 팀은 11회 초에 다저스의 스미스가 역전 1점 홈런(WS 연장 홈런은 최초)을 쳐 관중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11회 말 토론토도 무사 2루를 만들어 절호의 기회를 만들었다. 그러나 승리의 여신은 그들을 외면했다. 멕시코의 영웅 커크가 병살타를 기록함으로서 다저스의 역사적이고 드라마틱한 월드시리즈 챔피언이 되는 순간을 맞이한 것이다. 경기 결과는 다저스 5-4 승리.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는 매년 새로운 기록으로 역사를 더해 가지만 올해만큼 믿기 힘든 경기를 보여 준 전례는 드물었다. MVP 야마모토는 1984년 코리안시리즈에서 혼자서 4승을 거둔 무쇠팔 롯데 최동원에 버금가는 3승을 거두는 과정은 만화같다. 2차전과 6차전 선발로 2승, 4차전 연장전에서 19회 등판 준비, 7차전 구원승을 포함하여 3승에 방어율 1.09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만들었다. WS 투수 3승은 2001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랜디 존슨이후 처음이다. 

이번의 WS는 모든 경기가 명승부였지만 특히 4차전과 7차전이 압권이었다. 4차전은 WS의 많은 기록을 갈아치운 경기로 남게 되었다. 연장 18회에 터진 다저스 프리먼의 끝내기 홈런으로 긴 승부의 종지부를 찍은 장면은 두고두고 회자될 것이다. 

4차전에서 남긴 기록은 WS 최초 끝내기 홈런, 역대 공동 1위 연장 18회, 총 경기 시간 6시간 39분으로 역대 1위, 이날 오타니는 홈런 2개, 2루타 2개(단일 경기 최다 장타 기록), 고의4구 4개, 포볼(고의성) 1개로 9출루라는 전대미문의 기록을 남기고 이 경기의 MVP가 되었다.

6차전은 야마모토가 선발로 잘 막아주었지만 타선이 좀처럼 터지지 않았다. 이날까지 22타수 2안타 부진 중이던 무키 베츠가 2타점을 날려 나름의 이름값을 함으로서 다저스가 3-2로 이길 수 있었다. 이 경기도 다저스의 행운승이라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운이 따랐다. 그야말로 토론토의 헹가래가 코앞에서 좌절된 경기가 아닐 수 없었다. 

벼랑 끝 승부 7차전은 그야말로 이런 드라마가 있을까 싶었다. 소름이 돋았다. 캐나다 인구의 약 45%가 이 경기를 시청했다고 하니 WS 제패를 얼마나 갈망했는지 알만하다. 7차전의 토론토 선발투수 맥스 슈어저는 WS 역대 최고령(41세) 선발로 나름의 역할을 해주었지만 뒷문이 받쳐주지 못해 빛을 발하지는 못했다.

올해 WS는 일본인 3명이 출전한 최초의 경기로 7차전이 벌어지기 직전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 왕을 접견하면서 이들의 대단한 활약을 입에 담았을 정도였다. 정규 시즌에서도 보여준 이들의 성적은 기록으로 입증한다. 부럽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무섭기도 하다.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 가장 뛰어난 선수들이 된 것이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는 우리나라 선수들의 활약도 기대 이상이다. 이번 WS에 명단을 올린 다저스 김혜성 선수는 11회 말에 대수비로 출전하여 꿈의 무대를 밟은 것으로 위로를 삼아야겠다. 언젠가는 우리나라 선수들도 WS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려 일본인 선수들과 선의의 경쟁을 벌이는 장면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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