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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법보다는 공정
  • 김훈
  • 등록 2025-02-10 17:4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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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적인 공정을 논하는 것이 아니다. 합법이라는 이름으로 둔갑한 불공정이 있다면 이는 정의에 반한다.

대한민국은 법치주의 국가다. 법치주의는 법에 의한 지배를 의미한다. 현대의 모든 국가는 법치주의를 표방한다. 심지어 독재 권력자도 법치주의를 주장한다. 그런데 대한민국에 법치주의가 무너졌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다. 서글픈 현실이다. 법치는 의회에서 제정한 법에 따라 통치하는 것이다. 법치가 무너졌다는 것은 법의 통치가 아닌 법 밖의 지배가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법치주의는 합법을 전제로 한다. 법을 지키면 보호받아야 하고 권리가 따라야 한다. 따라서 법치주의가 무너졌다는 것은 법이 무력화 되어 현행법이 아닌 권력자의 힘이나 자의적인 해석에 의한 지배를 말함이다. 최소한 외형적으로는 법치가 무너졌다는 주장은 성립할 수 없다. 모든 국민은 법의 지배를 받고 죄를 지으면 처벌을 받기 때문이다. 이른바 죄형법정주의가 살아있기 때문이다.

 

현 정부의 슬로건이 ‘공정과 상식’이다. 이건 목표가 될 수 없다. 공정과 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회는 전근대적인 사회이거나 독재국가에서나 있을 수 있는 일들이다. 불공정과 비상식이 얼마나 난무했는지 이를 바로잡고자 국정의 목표가 되었을까. 

그러면 지금은 공정하고 상식적인 사회가 되었을까. 언감생심이다. 왜 그런가. 불공정하다거나 비상식적인 일이 벌어지고 있지만 많은 부분이 합법의 탈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불공정과 비상식이 제도적으로 바뀌지 않은 것이다. 단적인 예로 음주운전으로 인한 인명사고를 줄이고자 ‘윤창호법’까지 만들어 시행하고 있지만 처벌은 국민의 법 상식에 모자란다는 비판을 받고 있으며, 국회선진화법 위반 사건의 재판이나 엘지화학의 물적분할은 합법의 이름으로 행해지고 있거나 벌어진 대표적인 불공정의 사례가 아닌가. 

 

모든 국민은 법을 지킬 의무를 진다. 불법이나 위법을 저지르면 그에 상응한 제재를 받는다. 누구도 예외일 수가 없다. 불공정의 문제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이루어진다는 데 더 큰 문제가 있다. 합법은 법에 합당한지 여부를 따지는 것이다. 

지금 국민이 분노하는 것은 합법의 문제에 앞서 사회가 공정하게 돌아가는 지에 대하여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법을 지키면 공정한 대우를 받아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례가 많다는 것이 불만의 핵심이다.

 

그러면 공정과 상식이 통하는 제도적 장치인 법이 그에 맞도록 개정이 되어야 마땅하지만 이를 충족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 20세기의 공평에서 21세기는 공정의 시대다. 공정한 사회에 부합하는 제도를 빨리 바꾸어야 한다. 특정계층에 유리한 법은 상식적이지도 않지만 공정하지도 않다. 공정은 사회적 약자를 위해서도 더욱 시급하다. 

 

공정하지 않은 제도가 존재한다면 이 제도를 바꾸어야지 그렇지 않으면 불공정사회가 된다. 불공정사회는 불법적 사회보다 더 나쁜 사회다. 불법은 즉시성을 가지지만 불공정은 우회성을 가진다. 모든 법은 공평하게 적용하고 공정하게 집행되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공정과 상식의 문제는 정부의 슬로건이기에 앞서 사회적 약자들에게는 생존의 문제라는 인식을 가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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