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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염에 대한 편견
  • 김훈
  • 등록 2025-03-17 11:12:27
  • 수정 2025-03-29 22: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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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TV에서 북한 주민의 생활상을 볼 수 있는데 그들의 용모에서 하나의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수염을 기른 남자가 없다는 것이다. 아마도 전 세계에서 찾기 힘든 그들만의 문화일 터이다. 

 

예전에 머리(정확하게는 ‘머리털’ 또는 ‘머리카락’이다.)를 확 밀고 다니면 불온하다고 꿀밤을 벌기 일쑤였는데 한편으로 머리를 길게 하면 퇴폐적이라고 가위질을 면치 못했다. 이래저래 손질을 당하는 머리로서는 여간 난감한 게 아니다. 그건 머리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 

 

그런데 참으로 곤란한 것이 수염이다. 이 고약한 케라틴이라는 단백질은 5월의 죽순보다 더 잘 자라는 것 같다. 깎지 않으면 지저분하다(는 마누라의 지청구는 까다롭다.)는 핀잔과 함께 ‘무슨 일이 있냐’는 궁금증의 대상이 된다. 그래서 난감함을 살짝 덮어두고 결국은 결자해지 차원에서 쓰레기 청소하듯 밀어버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집스럽게 수염을 길러 보고 싶은 (매우)강한 욕구를 느낄 때가 있다. 그 이유로 첫 째는 콧구멍으로부터 약 15센티미터 위가 허전하기 때문이고(아시죠), 둘째는 매일 아침 전동면도기를 돌려야 하는 것이 귀찮아서다. 결정적인 세 번째 이유는 남과 다른 개성의 표출이거나 영혼의 자유를 만끽하고픈 욕망일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의 소위 인상착의 문화가 수염을 그렇게 호의적으로 보지 않는다는 생각에 아침의 귀한 시간을 면도에 할애하고 있다. 그러나 편한 주말이 되면 그냥 놔둔다. 그러면 수염의 부지런함은 여지없다. 그러면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로부터 예의 ‘수염 깎아라.’는 명령을 듣는다. 

 

그래서 수염에 왜 이렇게 민감할까 하는 의구심이 발동하여 수염에 비교적 관대한 서양은 놔두고 이웃한 한중일 남자의 수염 기르기 행태를 알아보았는데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수염에 대해서는 다소 부정적인 이미지가 살아 숨 쉰다는 결론을 얻었다. 

 

우리나라도 해방 전후의 인물 사진에서 수염 기른 정치인들이 많았으나(노인들이야 말할 것도 없고) 지금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수염의 역사에서는 오히려 뒷걸음질을 하는 것은 아닌지 개인적으로 불만이 있지만 신체 특정 부위에 대한 추세나 분위기는 어쩔 수 없는 것이 오히려 자유스럽지 않은가. 개성보다 이미지 관리가 우선시되는 경우도 있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 

 

어쨌든 수염과 관련하여 서양의 많은 유명인들이 예찬론을 설파했다. 셰익스피어가 남긴 수염이상론은 수염 기르는 충동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그의 얘기 “수염이 있는 남자는 청년 이상이고, 이것이 없는 남자는 인간 이하이다”는 수염을 길러 모양 좋게 관리하라는 지침이 아닌가 생각한다. 

 

사실 수염은 호불호가 강하다. 수염 기르시는 분이 별로 없는 건 수염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인 게 아니라, 타인의 외모에 대해 간섭이 많은 문화적 성향 때문이라는 의견이 있다.

앞서의 북한 남자들이 수염을 기르지 않는 것은 김일성의 유지와 최고지도자의 용모단정이라는 사회적 합의가 크게 작용한다는 얘기다 있다. 수염 기르기에 대해서 용모단정의 시각에서만 보지 말고 조금은 관대하게 개성과 자기표현으로 인식하는 문화로 바뀌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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